한가위 연휴

길게만 느껴지던 한가위 명절 연휴 4일,
길것만 같았던 연휴도 이제 내일 하루만 남았다.
오랜만의 휴식이라 그랬는지,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껴본 3일이었다.

연휴 첫날 일요일,
아침부터 부산하게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대구왈바분들과 함께 장거리 라이딩을 갔다.
머리부터 잔뜩 누르고 있던,
알게모르게 쌓였던 스트레스를 떨쳐버리려고,
무작정 페달에 힘을 준 하루였다.
집-대봉교-헐티재-청도-경산남천임도-가창-대봉교-집
근 100킬로를 달려보긴 간만에, 진짜 간만이었다.
6시간쯤 라이딩했었는데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해버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내 다리가 아닌 듯 하게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나 할까.. 정말..
헐티재를 넘을때만 해도 기운이 넘쳐 흘렀다.
이정도야 싶었는데..
청도로 접어들면서 불어오는 맞바람에 페달질을 하다보니,
평소 늘 해오던 페달질이 아니었고
오랜만에 밟아본 페달이었기에,
아니나다를까 다리에 힘이 풀렸고, 점심먹고나서는 지쳐버렸다.
경산으로 넘어오는 고개마루에선
중도에 포기해버릴까도 싶었지만,
같이 간 분들과의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오기로라도
끝까지 가고 싶었다. 자전거를 끌면서까지라도..
결국 6시간 라이딩끝에 집에 도착했고,
풀렸던 다리는 12킬로나 이어진 경산 남천임도의 내리막덕분에
다시 회복되었고, 집에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나름대로 힘든 하루였지만,
어지럽던 내 맘을 정리할 수 있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이 날의 여파로 인해 다음날 하루는 그냥 공치긴 했지만... ^^

연휴 이틀째는
그냥 집에서 푸욱~ 쉬었다.
자갈밭길을 다운힐을 해서였는지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오늘 한가위 당일,
아침부터 큰집으로 작은집으로
차례대신 천주교식 차례인 연도를 드리고,
조야동으로 금화동으로 성묘를 갔다왔다.
금화동 한번 들어갔다가
다시 집에 오기까지 장장 3시간반이나 걸렸다.
일년에 한번뿐인 날이라지만, 명절값은 톡톡히 치른 듯 하다.

내일은 연휴 마지막날,
날씨가 좋으면,
둘째날 하려고 했던 사진이나 찍으러 가야겠다.
방천에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깔렸던데,
가을이 다 가버리기 전에 조금 담아둬야 할 것 같다.
그리고나서 다시 일터로,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지..

친구들도 만나고 싶었고,
정말 오랜만에 곰팡이폈지 싶은 볼링공도 다시 끄집어내고 싶었는데,
아직 그 때가 아닌 것 같다.
친구들도 만나기가 쉽지 않고,
볼링도 맘만은 항상 굴리고 싶을 뿐..

올해안에 두가지 일을 다시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하고는 싶지만,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