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보내고 (주절주절~)

딸랑 하루 휴가를 내고 쉬었다

물론 격주휴무라서 토,일,월 3일을 쉰셈이었지만,

봄에 훈련받으러 갔다가 써버린 2일의 휴가가 못내 아쉬운 휴가기간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보내고,

월요일은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뛰어다녔고,

부랴부랴 늦게 잡아탄 버스로 어제 다시 울진으로 돌아와서는

오늘 하루가 지났다.


휴가 첫날, 9일 토요일

꼴에 산악자전거랍시고 몇해를 세워둔 애마를 끌고

앞샥(일종의 쇼바)을 교체하고자 성서쪽으로 향했다.

용산동 지하차도쪽에 전문샵이 있어 미리 약속했었던 시간에 맞춰 페달질을 했다.

난 원래 길치는 아인줄 알았는데,

넘들이 말하는 길치가 바로 나인가보다.

북부정류장을 지나서 바로 이현IC쪽으로 가면 용산동가는 것이 빠르다는 걸

알면서도 난 그냥 서부정류장쪽으로 달렸다.

마치 오빠 달려! 라고 하는 누군가를 뒤에 태운것처럼..

아니나다를까,

서부정류장까지 간 나는 애마를 되돌려 죽전네거리를 거쳐 되돌아와서는

용산지하차도까지 40여분이 걸려서 도착을 했다.

20여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말이다. (후니 바부~)

얼릉얼릉 샥을 마니또 x-vert로 교체하고 부산간다는 생각에 서둘러 돌아왔다.

올땐 바보도 두번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듯이,

대구의료원-서구청-북부정류장쪽으로 해서 20여분걸려 귀가했다.

교체한 샥이 아주 맘에 들었다.

이전 샥은 리바운딩이 조절이 안되어서 앞바퀴를 바닥에 놓으면

되튀어나오기 일쑤였는데, 교체후 샥이 바닥에 붙어버렸다.

앞바퀴를 들고 내려놓아도 퍽~!하면서 되튀어오르지가 않았다.

아~~주 맘에 들었다.. ^^


부산 송정해수욕장,

물론 바닷가에서 3년 넘게 지겹도록 바라본 바다를 또 본다는 것이

반가운 맘보다는 아침마다 보는 신문을 대하듯 그냥 그랬다.

지금도 바닷가에서 근무를 하는 탓인지,

바다, 상상 속의 넓고 푸른 바다는 현실 속의 바다가 아니었다.

3년동안 몸담았던 진해앞바다보다 덜푸른 송정의 바다는

그렇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지금 근무처인 울진앞바다보다도 더 못했다면 못했으리라.

사람들로 붐비는 바다를 봐서 그럴런지도 모를일...

2일을 바닷가에서 보내면서 바다에 발 한 번 담그지 못했다면 믿으랴,

물론, 공식적으로 - 갔던 사람들 모두가 바닷가로 가서 - 산책이 없었기에

발에 물을 묻히지 못했지만, 아쉬운따나 신발에 해변모래는 묻혀왔으니

바닷가를 거닐었다고 자랑은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가고픈 그녀와 함께 하지 못해서 섭섭한 맘 없지 않았지만,

붐비는 사람들로 부대낄 그녀를 생각하면,

차라리 가지 않았음이 좋았다.


휴가 둘째날, 10일 일요일

간밤에 늦게 텐트를 설치해서인지 아침나절에 장소대여비를 받으러오겠다던

관리인이 오지 않았다. 이때다 싶어 우리들 모두는 서둘러 텐트를 걷고

고속도로가 막힐새라 부랴부랴 대구로 향했다.

바다에 가서 바다가 어케 생겼는지 보지도 못한 일행도 있었지만,

간밤에 함께 나눈 약간의 알콜 탓인지

큰 투정없이 같이 대구로 돌아왔다.

이어서 대구에서 이어진 뒤풀이,

모처럼 모임사람들이 많이 참석해서 좋았다.

모임의 주제인 사진이야기는 물론 이거니와,

사람들의 부대끼는 얘기들이 한동안 오갔고,

반가운 얼굴들과의 만남이었기에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집에 돌아온 시간이 월요일 01시30분쯤이라면 짐작하시리라..


휴가 마지막날, 11일 월요일

어제부터 내린 비가 아침에도 계속 되었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은행과 우체국을 다녀오고

오후에는 편안하게 배깔고 누워서 남은 휴가를 즐기리라 했는데,

어제 통화한 친구의 부탁으로 생각지않았던 등산을 하게되었다.

오늘 등산로를 알려주지 않으면 시간이 맞지 않을꺼 같아서

비가 솔솔 나리는 가운데 팔공산을 향했다.

다행이도 비가 크게 오지 않아서 산오르기에는 좋았다.

땀도 나지 않고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과,

나뭇잎에 부딪혀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

안개인지 구름인지 분간할 수 없는 피어오르는 산공기들,

간만에 가졌던 우중산행은 또다른 기쁨이었다.

2시간여의 산행을 끝내고 집에 들어온 시각 3시30분,

미처 들리지 못했던 은행과 우체국을 다녀온다고 자전거에 올랐다.

은행에 들러 무통장거래계좌를 하나 만들고,

우체국에 들러 MC-7을 소포로 보내고,

메가박스에 들러 LG카드를 교체하려고 했는데 담당자부재로 다음으로 미루고,

집에 들어오니 4시 30분,

울진으로 가는 버스 시간은 5시 40분,

시간에 쫓기면서도 천천히 하나하나 챙겨서 가방을 만들고,

엄니가 챙겨주신 저녁상도 천천히 먹고 5시10분이 되어 집을 나섰다.

택시를 잡았다. 동부정류장 도착 5시38분,

늦었을까, 뛰었다, 표를 끊으려가면서 넌지시 버스가 아직 있는지 보았다.

아직 출발전이다.

후다닥 버스에 올라타고는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이쁜이에게 이제 간다는 문자를 던지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3일간의 달콤하지 싶었던 휴가는 그렇게 끝이 났다.

너무나 정신없고 바쁘게 움직여서 하고팠던 것은 하지 못했던 날들이었다.

오늘 출근을 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게다가 근무지가 대뜸 현장내근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기분이 씁쓸했다.

현장내근으로 통보를 받고 읽어내려간 신문의 오늘운세에는

"자리이동이 있을 수"였다.

평소에는 잘 맞지 않던 운세가 오늘에는 왜이리도 딱 맞는지..

복잡한 맘을 추스릴려고 퇴근전에 이쁜이랑 통화를 했다. 근 30여분동안..

속이 많이 좋아진듯했다.

누군가가 있어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이런 것이 좋은 것 같다.

내일부터는 또 일상으로 되돌아가서 하루하루 열심히 땀흘려야겠다.

또 있을 휴식을 위해서..



:: 짧게 쓸려고 했는데
:: 우연찮게 긴 글이 되고 말았다
:: 작성후에 로그아웃이 되어서
:: 올리지 않으려다가 그냥 올렸다
:: 읽어보고 새로 고칠까도 했지만
:: 워낙에 글솜씨없기로 유명한 나이기에
:: 새로 고칠 엄두도 나지 않고
:: 그야말로 이곳은 나만의 낙서장 아닌가
:: 그냥 올린다
:: 뭐, 어때, 내 낙서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