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 날

제헌절이다.

하루 그냥 할일없이 쉬는 날이지.
어제밤에는 고민없이 내일은 쉬는 날이니깐
마음놓고 아침늦게까지 푸욱 한번 자보자고 맘먹었는데
이게 왠걸..
아침일찍부터 전화가 울린다.
오늘은 늦게까지 잘려고 알람조차도 꺼놓았는데 왠 전화?
여보세요..
후니가? 일어났나?
익숙한 목소리.. 울 엄마였다.
오늘 성당신협에서 가리왕산 간다고 카더만
안동을 거쳐 영주쪽으로 해서 삼척으로 간단다.
8시가 살짝 지난 시간인데 무지 급하기도 하셨나보다.
퍼뜩 일어나서 밥먹어라고 지나가는 길에 전화넣었다는데
간만에 늦잠을 자보려는 기대는 엄니의 전화 한 통화로 산산조각 나버렸다.
기왕 일어난거 사진이나 찍으러가자 싶었다.

완전 수동카메라 캐논 EF.
코니카 필름을 채워넣고 장전을 했다.
50미리 표준 하나 달랑 매달고 시루빠신고 바닷가로 나섰다.
출퇴근하면서 매번 바라보던 바닷가는
실제로 걸어가보니 굉장히 멀었다. 대략 5킬로를 걸어간 듯.
이윽고 도착한 바닷가.
모텔 뒤 바닷가였는데 따가운 햇살과 함께 씨원한 바닷바람이
30분여를 걸어온 나를 맞이하는 듯 인사를 한다.
찰칵, 찰칵, 찰칵,
바다도 찍고 크로스 끼워서 어딘가에서 본 듯한 반짝이는 바위도 찍고,
타이머 걸어두고 후다닥 뛰어댕기면서 기념사진도 찍고 난리 부르스를 쳤다.
EF 바디를 처음으로 사용해봐서인지 어딘가 어색했지만
한롤을 다 소화시킨 걸 보니 그런대로 만족은 한 듯..

다시 5킬로를 걸어서 방에 오니깐 12시.
서둘러 점심을 먹고 이젠 쉬는날답게 쉬어보자고
자리를 깔고 자리를 깔고 노트북을 켰다.
온라인게임으로 고스톱 한판하고 신문 좀 보려는데
아침에 못 잔 잠을 자라는 듯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래.. 딱 1시간만 자자. 달콤한 낮잠. 좋잖아.
누웠다. 2시가 좀 넘은 시간. 3시쯤에 일어나야지.
그렇게 시작된 낮잠이 방금에서야 끝났고
부시시하게 일어나서 저녁 챙겨묵고 이 글 적고 있다.

쉬는 날..
정말 쉰 듯한 느낌이다.
낮잠도 자보고 하고싶던 사진도 찍고
편안하게 보낸 하루인 것 같다.
좀 쉬다가 오늘도 일찍 자야겠다.
다시 시작될 일상인 내일을 위해서..



:: 바람나무 03.07.17 x
오빠, 나두 모처럼 쉬는날이야.. 지금 대구거든. 원고마감하고, 강의끝내고.. 이제야 좀 쉬고 있는데.. 아마 8월 초까지 대구 있을꺼 가터. 물론 중간엔 서울 다녀와야겠지만.. 글고.. 중간에 급한 원고청탁만 없으면.. 당분간은 휴가당~~
내가 대구 있는날이랑, 오빠가 대구오는날이랑 겹쳐지는 날이 있음.. 얼굴함 보자궁...(허걱.. 큰일이당.. 아직 살 다 안뺐는데..)


:: 후니 03.07.18
나 대구가는 날..
19일, 일요일인 20일 볼일이 있어서 가기에 니캉 볼 시간이 될라나,
25일, 다음날이 휴무일이라 대구로,
8월초까지면 아마 26일이 시간이 날 듯..
촬영만 안 간다면, 27일도 될듯하나 촬영이랑 겹칠것만 같네.
26일은 비워둘까보다. 살찐 나모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