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tiP

DSLR에 관한 여러가지 오해

YH, jAcoB 2006. 3. 30. 13:07
출처: 350D클럽 강좌게시판
작성: 띨봉 (2006-03-28)


1. 초점 맞출 때 렌즈가 돌아가면 PL은 못 쓰고 을 써야 한다.

전혀 틀린 말이죠. 렌즈 돌아가는 것과 PL, CPL 사용 여부는 티끌만큼도 관계 없습니다.


2. 화이트 밸런스를 정확히 맞추려면 ExpoDisc나 폴리글래스 등을 사용한다.

ExpoDisc 등은 화이트 밸런스를 정확히 맞추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간편하게 맞추기 위한 도구지요. 최대한 정확히 맞추려면 피사체 위치에 정확한 그레이카드나 QP카드 등을 놓고 맞추어야 합니다. 물론 그레이카드로 맞춰도 완전히 정확하게 맞추기는 힘듭니다만, ExpoDisc나 폴리글래스 등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3. 이 사진기는 계조가 좋아서 밝은 곳과 어두운 곳까지 다 표현할 수 있다.

밝은 물체와 어두운 물체를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이너믹 레인지(dynamic range)가 넓기 때문입니다.

'계조'는 그레이스케일과 그라디언트 두 가지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보통 계조가 좋다는 것은 밝고 어두운 색 이외에도 그 중간 단계의 색을 잘 표현해낸다는 뜻입니다.

디지털 사진기에서 계조가 좋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각 색을 표현하는 비트수가 많아야 합니다. 채널당 8비트 모드보다는 16비트 모드가 더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다이너믹 레인지가 주어졌을 때 밝기 단계를 더 조밀하게 쪼개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죠. 8비트 모드는 가장 어두운 밝기와 가장 밝은 밝기 사이를 255등분하여 그 중의 한 단계로 밝기를 표현합니다. 16비트 모드에서는 똑같은 범위를 65535등분하여 표현하죠.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계조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두번째로 노이즈가 적어야 합니다. 다이너믹 레인지를 아무리 잘게 나눠 각 밝기 단계를 미세하기 나눴다 할지라도, 노이즈가 그 단계 사이의 밝기 간격보다 커버리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비트수를 많이 둬서 세밀하게 단계를 나눈 것이 소용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어떤 사진기의 계조가 좋다는 것은 색을 표현하는 비트수가 많다는 것과 노이즈가 적게 발생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DSLR의 경우, 비트수는 raw 파일의 픽셀당 비트수를 가지고 비교해야겠습니다. 대개는 12비트로 거의 비슷합니다만, 일부 기종은 14비트 raw를 사용하지요. 그러면 아무래도 계조에서 장점이 생깁니다. 물론 노이즈가 많이 발생하면 소용 없고요.



4. APS-C 바디 28mm렌즈와 풀프레임 바디 50mm 렌즈를 썼을 때, 원근감이 다르다.

제 추측이지만, 아마도 렌즈 초점길이에 따른 고유의 원근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유의 원근감은 고유의 화각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화각이 같으면 원근감도 같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원근감이 같고 다르고는 사진기의 위치에 따라 정해집니다. 같은 자리에서 찍은 모든 사진의 원근감은 다 같습니다. 무슨 렌즈로 찍었건 무슨 사진기로 찍었건 말이죠. 또한 같은 이유로 다른 자리에서 찍은 모든 사진의 원근감은 다 다릅니다. 그렇다면 원근감이 다르다고 한 것도 맞는 말 아니냐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원근감이 같다 혹은 다르다고 할 때에는 보통 묵시적으로 생략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피사체를 같은 크기로 찍을 때"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조건에서 같은 화각으로 찍을 때에는 촬영 거리가 같아지므로 사진기의 위치는 똑같아집니다. 그래서 원근감이 같은 것입니다. 다른 화각으로 찍으면서 그 조건을 맞추려면 촬영 거리가 달라져야 합니다. 망원렌즈는 더 멀리 떨어져야 하고, 광각 렌즈는 더 가까이 붙어야 하죠. 사진기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화각이 다르면 원근감이 다르다고 하는 것입니다.

20D 28mm 렌즈와 1Ds 50mm 렌즈는 화각이 같기 때문에(미세한 차이 빼고) 원근감도 같습니다.



5. 피사계 심도 범위에서 피사체 앞쪽 심도와 뒤쪽 심도 범위의 비율은 1:2이다.

피사체가 가깝거나 심도가 얕을 때에는 1:1에 거의 가깝고, 피사체의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그 비율이 연속적으로 늘어나서 궁극적으로는 1:∞가 됩니다. 1:2가 되는 지점은 오로지 딱 한 곳 뿐입니다. 1:3인 지점도 딱 한 곳이고, 1:1.5인 지점도 딱 한 곳입니다. 그러니 항상 1:2 비율이란 것은 완전한 오해입니다.

예를 들어, 35mm 필름 사진기에서 50mm f/2.8일 때, 3m 거리에 초점을 맞출 경우 피사계 심도의 앞뒤 비율은 1:1.22입니다. 즉, 그 상황에서도 1:1 쪽에 가깝다는 겁니다. 조리개를 조여 f/9.6 정도로 하면 3m 거리에서 1:2가 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f/9.6일 때 뿐입니다.

정리하면 1:2가 되는 때는 렌즈의 초점길이, 사용된 f/값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일반적으로 앞뒤 피사계심도의 비율이 1:2이다"라는 것은 완전히 틀린 명제입니다.



6. 피사체와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같은 렌즈를 쓸 때, APS-C 바디와 풀 프레임 바디로 찍은 사진의 심도는 같다.

같지 않습니다. APS-C 바디로 찍은 경우의 심도가 더 얕죠. 심도의 기준은 최종 인화물에서의 착란원 크기입니다. 두 경우에 센서면에서의 착란원 크기는 같겠지만, 같은 8x12 크기로 인화했을 때 인화된 사진에서의 착란원은 APS-C 바디쪽이 더 커집니다. 확대가 더 많이 되니까요.


7. 피사체를 같은 크기로 찍을 경우, 50mm f/2.8과 100mm f/5.6의 심도는 비슷하다.

두 경우의 피사계 심도는 큰 차이가 납니다. 배경흐림의 경우는 물론 비슷합니다만, 배경흐림이 크다는 말을 심도가 얕다고 잘못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같은 렌즈 및 같은 조리개값으로 피사체를 같은 크기로 찍을 경우, APS-C 바디보다 풀 프레임 바디로 찍은 사진의 배경이 훨씬 흐리다.

이건 주관적인 판단의 차이이기 때문에 위 명제가 정확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똑같은 바디를 사용한다고 할 때, "쓰인 렌즈의 유효구경이 같으면 배경흐림 효과도 비슷하다" 이런 말 아시죠? 위에서 언급했듯이 50mm f/2.8과 100mm f/5.6의 배경흐림이 비슷하다는 말이죠. 이게 맞다고 생각하신다면 위 명제는 틀린 것입니다.

예를 들면 풀 프레임 바디 50mm f/2.0 경우와 풀 프레임 바디 80mm f/3.2 경우의 유효구경은 25mm로 같습니다. 이 때의 배경흐림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신다면 풀 프레임 바디 50mm f/2.0과 APS-C 바디 50mm f/2.0의 배경흐림도 비슷하다고 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풀 프레임 바디 80mm f/3.2로 찍은 사진과 APS-C 바디 50mm f/2.0으로 찍은 사진은 화각이며, 심도며, 배경흐림이며 거의 완전히 같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