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tiP

푸른 하늘 찍기와 CPL 필터의 효과적인 사용법

YH, jAcoB 2005. 10. 28. 15:35
디지털SLR클럽에서 옮겨왔습니다.
두고두고 봐야할 것 같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옮겼습니다.
원저작자: 후루꾸™님, 2003-07-19 0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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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평소 짬나면 한번쯤 사용기/강좌란에 올려보고 싶었던 하늘색을 제대로 찍기 위한 스팟(부분)측광 및 CPL 필터의 효과적인 활용법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글은 초보분들, 특히 풍경사진에서 하늘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거나 CPL 필터를 돌려 뷰파인더로 분명히 하늘이 짙푸르게 변하는 것을 확인하고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CPL 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사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하늘색을 얻고 실망을 한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유용한 글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분들은 애초에 읽을 가치가 없는 글이구요. 또한 글 전개 편의상 존칭은 생략할까 하니 반말에 거부감이 드는 분 역시 즉각 뒤로가기나 @+F4 해주세요.

사실 하늘을 푸르게 찍기 위한 스팟측광 및 CPL 필터 활용법이라고 거창하게 지껄여봤지만 실상 별거 없다. 특히 SLR에서의 CPL 필터 사용법은 매우 직관적이다. 서두에서도 말했다시피 필터 장착 후 뷰파인더를 보면서 필터를 사부작사부작 돌리다보면 하늘이 점점 짙어질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정도로 하늘색이 짙어지면 돌리는 것을 멈추고 촬영하면 땡인 것이다.

사실 CPL 필터의 원리가 어쩌니저쩌니, CPL 필터의 효과가 가장 강하게 나오는 각도는 태양과 사진기가 몇도의 각도를 이룰때이므로 손가락을 가지고 어쩌고저쩌고 하면 그 각을 알 수 있느니 하는 둥의 복잡한 이론들은 많지만 실전에선 다 쓰잘데기 없는 지식들인 것이다.

자기가 찍고자 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카메라가 태양과 일직선상에 놓여있을 때에는 CPL 필터를 돌려봐야 거의 효과가 없다는 사실, 자신의 카메라와 태양이 90도에 가까워질수록 CPL 필터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쨍한 날 출사나가서 CPL 필터 몇번 돌려보면 경험으로 금방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굳이 손가락 벌려가며 X랄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태양의 위치는 변하게 마련이므로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간다면 가장 CPL 필터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이또한 경험으로 충분히 습득될 수 있는 것이므로 굳이 그런 지식들을 사전에 머리에 채워넣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가?

푸른 하늘을 보며 카메라가 가리키는 노출값에 맞춰 셔터를 누르는 것, CPL 필터를 돌리면서 뷰파인더로 하늘이 푸르게 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 셔터를 누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촬영해버리는 것에 함정이 있다.

그럼 뭐가 문제란 말인가? 바로 노출의 문제이다. (아래부터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카메라의 노출모드가 조리개우선 모드임을 전제로 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M모드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얘기들이지만 아래에 자주 나오는 노출보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M모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므로 그렇게 했다)

우선 푸른 하늘을 찍었을 때 결과물에서도 하늘이 푸르게 나오게끔 촬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이 문제는 노출의 문제라기 보다는 측광방법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늘이 들어간 풍경을 사진가의 의도대로 표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팟(부분)측광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풍경사진에선 평균측광 방식이 더 편하다고 하나 그것은 노출을 잘 아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특히 하늘이 포함되는 풍경일수록 평균측광 방식은 상당한 경험을 필요로 한다.

보통 하늘이 포함된 풍경을 (중앙중점부)평균측광으로 측광할 때에는 보통 +0.5EV에서 +1EV 정도 노출보정을 해주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하늘이 푸르고 하늘이 일정 부분의 화면을 차지하는 경우에 한정되는 얘기이다. 구름이 많이 있거나 흐릴 경우, 또는 하늘이 많이 포함될 때, 하늘과 지상의 노출차가 클 때에는 노출보정치를 달리 주어야 한다.

결국 하늘이 들어간 풍경을 촬영할 경우 이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노출보정값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순전히 사진가의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고 실제 촬영에서는 어느정도의 노출보정치가 적당한지 결정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고, 특히 사진가의 의도대로 하늘을 표현하기 위해선 더더욱 노출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내공이 부족한 경우에는 줄창 브라케팅을 하거나 일일이 LCD로 확인하며 노출값을 잡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하지만 스팟측광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러한 애매모호함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가 있다. 즉 하늘의 구성부분에 대한 빛반사율과 노출보정의 방법만 알고 있다면 풍경사진에서 최소한 하늘의 색을 사진가의 의도대로 표현하는 데는 거의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아시다시피 카메라의 내장노출계는 모든 피사체가 18% 그레이의 빛반사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이기 때문에(노출보정을 따로 하지 않으면 측광의 기준이 된 피사체는 무조건 18% 빛반사율을 가지는 그레이톤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스팟측광으로 제대로 된 노출을 결정하기 위해선 측광하려는 피사체가 18% 그레이와 비교했을 때 빛반사율에서 어느 정도로 차이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측광의 대상이 되는 피사체와 18% 그레이의 빛반사율 차이만큼 노출보정을 해줘야만 결과물에서 그 피사체 원래의 색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적정 노출보정치 보다 더 오버쪽으로 노출보정을 하면 그 피사체의 색은 원래의 색보다 더 옅게 나올 것이고(극단적으로 오버하면 허옇게 다 날아간다) 더 언더쪽으로 노출보정을 하면 그 피사체의 색은 더 짙게 나오는 것이다(극단적으로 언더하면 시커멓게 나온다).

보통의 하늘색(연한 청색)은 18% 그레이보다 한스톱 정도 더 높은 빛반사율, 맑은날 매우 푸른 하늘은 18% 그레이와 동일한 빛반사율, 흰구름은 2스톱 정도 더 높은 빛반사율, 먹구름은 18% 그레이와 동일한 빛반사율, 짙은 먹구름은 한스톱 낮은 빛반사율을 가진다(어디까지나 근사치이다).

처음에는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날씨가 변할 때마다 하늘을 향해 측광 연습을 몇번 해보면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에는 피사체라고 해봐야 구름과 하늘뿐이니 말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태양과 가까운 부분은 측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의 강렬한 빛에 조금만 영향을 받아도 카메라의 측광시스템이 얼뜨기가 돼 노출 언더가 되기 쉽상이다. 태양을 측광기준으로 하여 엄청난 노출 언더의 사진을 의도적으로 노리는 사진이 아니라면 될 수 있는한 태양과 먼 쪽을 측광하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하늘의 빛반사율에 대한 감을 잡았다면 그담부터는 일사천리다. 보통의 푸른 하늘(18% 그레이 대비 +1EV 빛반사율)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할 때엔 하늘의 푸른 부분에 스팟측광 영역을 위치시킨 후 노출보정을 +1EV 정도로 해주고 노출고정을 한 다음 구도를 잡고 촬영하면 된다. 만약 실제보다 더 짙게 표현하고 싶다면 노출보정을 하지 않으면 된다(언더보정). 더 옅게 표현하려면? 당연히 +2EV 정도로 노출보정을 해주면 하늘이 허옇게 떠서 나올 것이다(오버보정). 이렇듯 스팟측광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진가의 의도대로 하늘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손쉽게...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하늘의 노출과 지상의 노출을 헷갈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푸른 하늘이 푸르게 나오게끔 노출을 결정했다고 해서 지상까지 알아서 적정으로 나올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하늘과 지상이 같은 노출에서 동일하게 적정으로 나오는 환경은 맑은날 햇볕이 쨍하게 살아있을 때 뿐이다. 나머지 경우는 지상의 노출이 항상 부족하게 나온다. 물론 하늘과 지상의 노출차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해가 지거나 뜨는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노출차가 벌어지므로 실루엣 촬영도 가능한 것이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 뭘 어떻게 하긴.. 도리없다. 한쪽을 살리든지 양쪽을 타협하여 약간씩 과다/부족으로 나오게 하든지 하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필터에 대한 얘기는 여기선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사실 써본적도 없다. ㅋㅋ)

좀더 예를 들어 설명해본다면..

먹구름이 군데군데 끼인 흐린 날에 지상쪽에 적정노출을 맞춰 촬영하면 하늘이 허옇게 날아갈 수 밖에 없다. 흐린 날에는 보통 하늘쪽이 훨씬 밝게 마련인데(1스톱에서 2스톱 정도) 가뜩이나 어두운 지상에다 노출을 맞추면 하늘의 먹구름은 몽땅 허옇게 날아가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먹구름에 노출을 맞추면 지상은 아주 어둡게 표현된다.

맑은날도 마찬가지다. 맑은날이라도 햇볕이 구름에 가린 경우에는 하늘쪽이 통상 한스톱 정도 더 밝은 상황이고 이 경우 지상이 적정으로 나오게 노출을 잡으면 하늘쪽의 노출이 과다해져서 푸른 하늘이 허옇게 떠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하늘을 적정하게 묘사하려면 지상의 적정노출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인 적정노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가가 표현하려는 의도에 맞는 노출이 적정노출인 것이고 의도에 맞춰 노출을 결정할 수 있는 실력이 소위 (노출에 관한) 내공이라고 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어쨌든 푸른 하늘의 화사한 풍경을 제대로 묘사하려면 가급적 쨍한 날씨에 촬영해야 한다. 풍경사진이 그래서 어렵다. 줸장.. 날씨가 도와줘야지.

장비와 내공으로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하는 편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노출차가 없는 환경이 되어야 가장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맑은 날 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씩 큰 구름에 햇볕이 가려 지상의 노출이 하늘에 비해 언더가 되는 상황이 자주 있는데 이런 경우 태양의 각도만 잘만 맞으면 굳이 그라데이션 필터를 쓰지 않아도 하늘을 푸르게 표현하면서 지상의 노출을 적정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뒤에서 CPL 필터 활용법을 설명할 때 얘기하도록 하겠다.

이정도면 하늘을 사진가의 의도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출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감을 잡았을 것이다. 이 방법은 비단 푸른 하늘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만 쓰일 수 있는게 아니다. 노을/여명/일출/일몰 사진 등 하늘을 표현하는 사진에서 자신만의 노출을 얻고자 할 때 언제든지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즉 일몰사진에서 붉은 하늘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태양과 조금 떨어진 하늘의 붉은 부분에 스팟측광 영역을 위치시키고 노출보정을 자기가 원하는만큼 해주면(붉은 노을을 짙게 표현하려면 언더쪽으로, 밝게 표현하려면 오버쪽으로 설정하면 된다. 통상 붉은 노을의 붉은색은 18% 그레이와 거의 동일한 반사율을 가진다) 자신의 의도대로 하늘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푸른 하늘을 더 푸르게 표현하기 위한 CPL 필터(이제부터 편광필터라 칭하겠다. 한/영 변환의 압박 땜시)의 활용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통상 편광필터는 1 1/2 정도의 노출계수를 가진다. 즉 한스톱 반 정도의 빛을 줄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ND2 필터 대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필터의 노출계수와 노출배수에 대해 헷갈리는 분이 계시는데 엄연히 서로 다른 말이다. 노출계수는 EV값, 즉 2의 승수로 표현하는 기하급수적 단위이고 노출배수는 말그대로 몇배로 표현하는 산술급수적 단위이다.

예를 들어 노출계수가 3이라면 3EV, 즉 세스톱의 노출차이이므로 노출배수로 표현하면 2의 3승, 즉 노출배수 8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편광필터는 UV 필터와 달리 항상 사용하는 필터가 아니고 사용하다보면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굳이 고가의 제품을 써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 더구나 역광이나 야간에는 편광필터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고가의 필터가 내세우는 장점이 먹혀들 여지도 거의 없다. 물론 경험상으로도 아무리 싸구려 편광필터라도 제대로만 쓴다면 그 효과는 확실하다.

잡담은 각설하고.. 서두에서도 말했다시피 편광필터의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어떤 구도로 촬영할 것인지 결정한 다음 그 구도와 동일한 각도로 카메라를 하늘로 향하게 한 후 편광필터를 돌리며 뷰파인더로 하늘을 보았을 때 하늘색이 원하는 만큼 짙어졌다고 생각되면 돌리는 것을 멈추고 생각했던 구도로 원위치 시키고 셔터를 누르면 그만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가로구도와 세로구도시 편광효과는 전혀 다르므로 편광필터를 돌릴 때의 구도는 촬영하고자 하는 구도와 동일하게 맞추는게 좋다.

그렇다면 편광필터를 적절하게 돌린 상태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에서의 하늘색이 뷰파인더에서 확인했던 하늘색만큼 진하게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자.

편광필터를 장착하고 편광필터를 돌리면서 스팟측광으로 하늘의 푸른 부분만 측광해보면 하늘이 가장 짙게 표현되는 때와 가장 연하게 표현되는 때의 노출차가 한스톱에서 심할 경우에는(매우 맑은 날 편광필터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각도에서) 세스톱 정도까지도 벌어진다. 즉, 편광필터의 효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늘의 푸른 부분이 18% 그레이 대비 +1EV 정도의 빛반사율을 가지는 상황이라면 편광필터를 돌려 최대의 효과를 보는 상황에서는 하늘의 푸른 부분이 18% 그레이 대비 동일한 반사율(0EV, 편광효과가 있기 전보다 한스톱 짙어진 상태, 가장 보기 좋은 농도)에서 심할 경우 -2EV 정도의 빛반사율(편광효과가 있기 전보다 세스톱 짙어진 상태, 하늘이 거의 까맣게 보일 정도)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F8의 조리개우선 상태에서 스팟측광으로 하늘의 푸른 부분을 측광할 경우 편광필터를 돌려 편광효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의 셔터속도가 1/250으로 나왔다면 편광필터를 돌려 효과가 극대로 나올 경우에는 셔터속도가 1/125에서 심할 경우 1/30까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편광필터를 열심히 돌리고 촬영하였는데도 하늘색의 농도에 별 차이가 없는 문제는 바로 이러한 편광효과로 인한 하늘의 노출값(빛반사율)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촬영하는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편광효과가 전혀 없을 경우에는 하늘의 적당히 푸른 부분을 +1EV 정도로 측광하는 것이 하늘색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이 되겠지만 편광효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측광하려는 하늘의 푸른 부분이 편광효과로 인해 빛반사율이 떨어진 것을 고려하여 노출보정값을 그만큼 언더쪽으로 설정하고 촬영해야 편광효과로 짙어진 하늘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하늘의 푸른 부분이 편광효과로 인해 18% 그레이 대비 -1EV 정도로 빛반사율이 떨어졌다면 하늘의 푸른 부분을 스팟측광 했을 때의 노출보정값을 -1EV로 변경해 줘야만 짙어진 하늘을 결과물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하늘의 푸른 부분의 빛반사율 변화값을 뷰파인더 정보로 정확히 판별하기 힘든 경우라면 편광효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노출을 미리 고정시키는 방법이 더 편리하다.

즉 편광효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늘의 푸른 부분을 스팟측광 하여 노출을 고정한 다음 편광필터를 돌려 하늘이 원하는만큼 짙어졌을 때 노출을 고정한 상태로 촬영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하면 편광효과가 적용되어 하늘의 빛반사율이 떨어져도(하늘의 밝기가 어두워져도) 카메라의 노출값, 즉 셔터속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으므로 편광필터로 인해 하늘이 짙어진(어두워진) 효과가 결과물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두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는 카메라의 기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편광효과가 없을 때의 노출로 고정시켜 놓고 편광효과를 적용시켜 찍는 후자의 방법이 훨씬 더 직관적이고 간편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주변의 노출이 계속 일정한 상태이고 M모드를 지원한다면 편광필터를 장착하고 편광효과가 없는 상태에서 M모드로 노출을 설정한 후(노출이 계속 고정되는 상태임) 촬영할 때마다 편광필터만 돌려주는 방식을 쓰면 매우 편리하고 직관적인 촬영이 가능하다. 물론 노출고정 기능이 없고 노출보정 기능만 있는 카메라라면 당연히 전자의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출고정도 있고 노출보정 기능도 있으나 노출고정 후에는 노출값(셔터속도)의 변화를 전혀 확인할 수 없게끔 되어 있는 RF기종(예:콘탁스 G1,2)의 경우에도 역시 전자의 방법을 사용해야만 좋다.

위 두가지 방법(노출보정값 변화 & 사전 노출고정)은 이처럼 방법만 약간씩 다를 뿐 편광효과가 적용된 경우에도 편광효과가 전혀 없을 때의 노출값으로 촬영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것이다.

즉 편광효과가 있더라도 지상쪽 피사체의 노출값(빛반사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으므로(있다고 하더라도 -1/3EV 정도의 미세한 변화) 편광효과가 전혀 없는 상태의 노출값으로 촬영하면 지상의 피사체는 편광효과가 있기 전과 동일한 노출로 나오지만(조금은 언더로 나오는 경향이 있어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할 경우 지상쪽 피사체의 발색이 매우 좋아지고 풍경사진의 질이 한단계 상승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발색이 중요한 풍경사진에는 편광필터가 거의 필수적이다) 편광효과에 의해 노출값(빛반사율)이 한스톱에서 세스톱 정도까지 떨어지는 하늘은 어둡고 짙게 표현이 되는 것이다.

반면 편광효과로 인해 변화된 노출값으로 촬영을 하면 편광효과로 분명히 하늘의 색상이 짙어졌지만 결과물에선 하늘이 편광효과가 있기 전의 원래의 밝은 하늘색으로 나온다. 또한 지상쪽 피사체는 편광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편광효과로 인해 변화된 노출값만큼 노출오버가 된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맑은 날 햇볕이 구름에 숨어있는 경우(지상쪽 노출이 하늘에 비해 보통 한스톱 정도 떨어지는 경우) 하늘을 원래의 푸른색으로 표현하면서도 지상쪽도 밝게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즉 편광효과가 있기 전의 노출값으로 촬영하여 하늘을 더 짙게 표현하는 대신 편광효과로 인해 변화된 노출값(느려진 셔터속도)으로 촬영하여 하늘은 원래의 하늘색으로 표현하고 지상부분은 변화된 노출값만큼 오버시켜 밝게 표현하는 원리이다.



위 세장의 사진은 이제껏 설명한 부분을 몸소 테스트하기 위해 아주 화창한 날(작년 가을로 기억된다) 홀로 옥상에 빤스바람으로 올라가 촬영한 사진이다(당연히 동일한 시간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부분을 스팟측광하여 촬영했다).

첫번째 사진(사진1)은 편광필터 없이 하늘에서 조금 옅은 푸른색 부분을 +1EV 노출보정값으로 스팟측광하여 촬영한 것이다(F8, 1/500). 두번째 사진(사진2)은 편광필터를 장착하고 필터를 돌려 하늘색의 농도가 한스톱 정도 더 짙어졌을 때 촬영한 것으로서 하늘의 옅은 푸른색이 한스톱 더 어두운 농도로 변화된 점을 감안하여 노출보정 없이 스팟측광한 노출값으로 촬영했다(F8, 1/200). 사진1과 사진2의 노출값은 사실 동일한 것이다. 사진2에서 셔터속도가 1/200으로 느려진 까닭은 편광필터의 1 1/2 노출계수, 즉 편광필터를 장착하면 무조건 1 1/2EV의 노출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진(사진3) 역시 편광필터를 이용하여 하늘색의 농도가 한스톱 정도 짙어졌을 때 촬영한 것인데 사진2를 촬영할 때와 다른 점은 +1E 노출보정값으로 스팟측광하여 촬영했다는 점이다(F8, 1/100).

사진1을 보면 하늘도 푸르게 나왔고 오른쪽 하단의 십자가 모양 건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빛을 받고 있는 지상의 건물들도 적정으로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날씨가 좋으면 편광필터 없이도 충분히 푸른 하늘을 찍을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지상쪽 노출도 적정으로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사진2는 편광필터를 이용한 사진으로서 편광효과로 지상건물이 약간 어두워진 반면 하늘은 무척 짙게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편광필터의 전형적인 콘트라스트 증가 효과가 잘 나타난 사진이다. 여기서 우리는 편광필터의 효과를 얻기 위해선 편광필터의 노출계수를 고려하는 것 외엔 편광필터를 장착하기 전과 노출을 동일하게 설정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3은 편광필터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색은 편광필터를 이용하지 않은 그림1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지상의 건물은 오른쪽 하단의 십자가 모양의 건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빛을 받고 있는 지상쪽 노출은 한스톱 정도 오버가 돼버렸다(반면 어두운 벽돌 건물은 노출이 오버된 효과로 적정노출로 나왔다).

이렇듯 단순하게 편광필터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하늘을 더 짙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사진가가 노출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하늘을 더 짙게 표현하는 것외에 어두운 지상쪽을 적정으로 표현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즉 편광필터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단순한 편광필터가 될 수도 있고 ND2 필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 노출계수 1~3인 그라데이션 필터도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 사진가가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 나름이며 유일한 제약은 날씨가 받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SLR이 아닌 RF기종만 가지고 있어 편광효과를 직접 뷰파인더로 관찰하지 못한다면 편광필터의 사용은 절대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다. 조금은 불편하긴 하지만 편광필터를 돌릴 때 뷰파인더상으로 노출변화값을 확인할 수 있는 기종이라면 직접 하늘색이 짙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없어도 편광필터의 사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출값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이 가장 편광효과가 커지는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촬영하면 된다(왜 그런지 이해가 안되면 글을 첨부터 다시 읽는게 좋을 것이다). 나머지 사용법은 SLR과 동일하다. 다만 물이나 윈도우에 비친 반영을 제거하는 용도로는 활용이 어렵다. 이런 용도의 촬영에선 편광필터를 아무리 돌려도 노출값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팟측광이 없거나 노출고정 기능이 없는 기종은 어떡하느냐고?? 그건 위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각자 해결할 문제이다. 즉, 위 기능들이 없다고 촬영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스팟측광이 없으면 조금 부정확하거나 경험에 의존한 촬영이 될 것이고 노출고정 기능이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이다. 물론 노출고정 및 노출보정 기능이 모두 없는 그런 기종이라면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낫다.

이제 편광필터의 사용법에 대해 대충 이해가 되었으리라고 본다. 예전에 편광필터를 이용해 촬영했던 사진을 몇장 급하게 스캔하여 올리고 지루한 글 마칠까 한다. 전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거의 모두 편광필터를 이용해서 찍었던 사진이다. 필름카메라라 촬영데이터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고 필름은 E100VS를 이용하였으며 대부분 EOS3에 EF 24F2.8 조합으로 촬영한 것이다. 매우 허잡한 사진들이고 스캔이 엉망으로 되어 원본의 느낌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편광필터의 효과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듯 해서 몇장 올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