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처럼 무수한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한 밤하늘을 보면 뭔가 특별한 질서와 신성이 깃든 것 같다. 신라 성덕여왕 당시 세워진 첨성대는 국보 제31호이며 현존하는 건축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막상 경주 한복판에 약 9.5m 높이로 서 있는 첨성대를 마주하면 하늘을 관측하기에는 너무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삼국유사>에 '선덕여왕때 돌을 다듬어 첨성대를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쓰여 있는데 처음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1970년대에는 첨성대가 천문대가 아니라 해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해시계이거나 불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산으로 여기는 수미산을 본뜬 제단이라는 등 독특한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선덕여왕이 신하들과 은밀하게 만나던 장소라거나 외계인이 다녀가면서 남겨놓은 기념비라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까지 전해졌다.
이러한 갖가지 억측에도 불구하고 첨성대는 매우 과학적이며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첨성대는 전체적으로 보면 술병 모양의 완만한 곡선과 직선이 조화를 이룬다. 맨 위와 아래는 네모반듯하게, 몸체는 원통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등근 건 하늘, 네모진 것은 땅을 상징한다. 화강암 몸체는 모두 27단으로 쌓여 있고 꼭대기에 올린 정자석까지 합하면 28단, 이는 동양의 기본 별자리 수를 뜻한다. 여기에 맨 밑의 2중 기단을 합하면 29단이 되는데 이는 음력 한달에 해당한다. 몸체를 이루는 360여 개의 돌은 1년 365일을 의미하고, 몸체 가운데 남쪽으로 사방 1미터에 못 미치게 나 있는 창을 중심으로 위로 12단, 아래로 12단이 된다. 1년 12달, 이 둘을 합치면 24절기인 셈이다. 꼭대기 우물 정(井)자 모양의 각 면은 동서남북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가운데 창에는 사다리를 걸쳐 놓았을 듯한 홈이 패여 있어 이 창을 통해 드나들면서 관측하였으리라 추측된다.
1500여 년의 긴 세월 속에서도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오롯이 서 있는 첨성대는 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만큼이나 신라인의 지혜와 정성, 따뜻함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