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곳을 떠났습니다

1994년 대학 4년때부터 볼링을 시작했답니다

학교 동호회를 구성하면서 소모임으로, 오로지 회원영입의 한 발판으로 시작을 했습죠

처음에는 볼링이 뭔지, 폼만 잡으면 다 되는지

딴 사람들은 볼을 굴리면 휙휙 잘도 휘는데 난 왜 안 될까 왜 안 되징

볼링보다는 신입회원을 받아들이는데 더 기쁨이 있었던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소모임으로만 자리잡을 줄 알았던 볼링모임이 점점 커져서

나도 모르게 볼링에 빠져들게 되었습죠

공짜로 볼도 하나 얻고

이듬해 학교연구실에 나가면서 학교앞에서 자취를 시작했고

저녁나절에는 항상 88학번 선배와 볼링장에서 살았답니다

조금씩 나아져가는 자세와 애버리지

핀이 튕겨나갈때의 상쾌함

핀이 부서질듯한 파괴음의 짜릿함

볼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답니다

이후 군에 가기 전까지 근 3년동안 볼링장에 투자한 돈만 해도

아마 볼링레인을 하나 만들었을 수 있지 않았나도 싶구..

2001년에 전역을 하고 잊었던 볼링공을 다시 손에 잡았죠

너무 오래 쉰 탓인지 예전의 자세와 구질 및 점수가 살아나지 않더군요

그렇게 다시 시작한 볼링을 이젠 잠시 접을까 합니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라도 잠시 접고 싶군요

잠깐은 복잡한 마음 털어버리는데 볼링이 제일 좋을 듯도 싶었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나 봅니다

명색은 집과 볼링장이 멀어서 좀더 가까운 곳에서 볼을 굴리고자 한다했지만

볼을 굴리면서 복잡한 맘을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더 어려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맘을 비우고 맑은 정신으로 임해야 하는것이 멘탈게임인 볼링이나

요즘은 볼을 굴릴수록 맘이 딴데 가있는 것 같길래

잠시 접어둘까 합니다

이것도 그를 쉽게 잊으려는 한 노력일런지 모르겠으나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조만간 볼링장에 넣어뒀던 내 장비들을 모두 집으로 회수해와야겠습니다

이삿짐이 커서 한번에 옮길 수 있을런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해야겠죠

옮겨와야죠

그가 관련된 일들 모두를 잠시나마 멀리 두고 싶을 따름입니다

관련없는 페달질이나 열심히 해야겠군요 ...